파라메트릭 디자인과 가공의 한계는 어디까지

미술관에 전시된 파도모양 아트월의 사진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영향 탓에 가구 디자인에도 코딩을 적용하여 테스트를 하고 있다. 거창한 말로는 컴퓨테이션 파라메트릭 디자인이라 하고 쉬운 말로는 컴퓨터가 숫자로 만든 형태, 디자인이라 한다.

미리 구현해 놓은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랜덤한 변수에 의해 수없이 다양한 디자인을 뽑아 내는 것이다. 이것은 사람이 하는 것이지만 랜덤한 숫자들이 표현하는 가짓수는 한계가 없는 듯하다.

아래의 다리는 영국 건축가 유진김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다리다. 이 역시 파라메트릭 디자인을 적용한 첫 다리 제품이다. 랜덤한 여러 가지 디자인에서 가장 괜찮은 라인을 선택했다. 디자인하는 것보다 컴퓨터가 만들어낸 여러 디자인을 선택하는게 고민이자 가장 시간걸리는 일이었다.

오스카퍼니처에서 제작한 황동다리와 우드슬랩벤치, 통원목으로 만든 벤치가 놓여있다.

 

하지만 아무리 디자인을 잘 한다 하더라도 실제 현실에서 구현하여 직접 만들어내는 것은 또다른 문제다. 이러한 복잡한 형태는 쇠를 녹여 만드는 주물 공법 현실에서는 3D프린터처럼 쉽게 만들 수 없는게 단점이다. 목형을 만들고 주물을 부어 광을 내기까지가 목수이자 철수이자 엔지니어인 내가 해야 할 일이다.

황동다리-우드슬랩-테이블

 

디자인과 동일하게 나왔을 때의 희열은 제작자의 긴장과 노력에 대한 대가이다. 올해에는 좀 더 세부적인 작업을 해보고자 한다. 아래의 사진은 잔잔한 파도의 흐름을 메이플에 깎아 만든 아트월의 일부분이다. 이런 조각품은 모호한 경계에서 벗어나 실물을 재연하든지 아니면 추상적인 아트웍으로 표현하든지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설픈 애매모호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미술관에 전시된 파도모양 아트월의 사진

 

어설픈 애매모호함이란, 이걸 두루뭉술한 라인으로 깎아 만들면 모래언덕도 아니요, 파도도 아닌 애매함이 있고, 보는 이들은 만들다 말았네 하며 어설프게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난 초현실주의를 선호한다. 파도를 바라보고 있으면 파고가 가장 높은 곳에서 서로 충돌하여 선이 생긴다. 그리고 그 선들은 바람의 일정한 방향대로 흐름이 있다. 정확한 관찰로부터 제품에 어떻게 표현할지 컨셉을 잡는다.

 

잔잔하게 표현할 것인지, 파도가 이중 삼중으로 몰려오듯 표현할 것인지, 파고의 깊이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세밀하게 정한다. 정해진 나무 판의 높이를 벗어날 수 없기에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두께로 디자인을 한다. 올해는 집중적으로 파도를 표현하고자 한다. 넓은 판에 표현하면 그 느낌이 훨씬 좋을 것이다.

 

물결의 파동, 충격파 등등 에너지를 표현하는 것은 재밌는 일이다. 파라메트릭 디자인의 세계로 푹 빠져 비현실적 그래픽 디자인의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디자인을 끌어오고자 한다. 모니터의 가상 세계에 손을 넣어 현실세계로 빼오듯 말이다. 일반 제품을 만드느라 늘 피곤하고 시간이 쫒기는 삶을 살고 있지만 내 작업에 대한 만족을 위하여 조금씩 전진하고자 한다.